
매일 점심시간마다 회사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주말이면 운동하러 밖에 나가니까 햇빛은 충분히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비타민D 수치가 정상 범위를 한참 밑돌았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비타민D 처방전을 내밀며 "요즘 젊은 분들 대부분이 이래요"라고 하시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분명 햇빛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몸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겁니다.
창문 너머 햇빛으로는 부족했던 이유
저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무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햇빛이 쨍쨍 들어오니까 자외선(UV)을 충분히 받는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창문 유리는 자외선B(UVB)를 대부분 차단합니다. 여기서 UVB란 우리 피부가 비타민D를 합성하는 데 꼭 필요한 파장의 자외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으로는 비타민D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가도 15~20분 정도만 걷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요즘 대기오염이 심한 도심 지역에서는 오염 물질이 UVB를 추가로 차단해버립니다. 고층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직사광선을 받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빌딩 숲 한가운데 있어서, 정오가 아니면 건물 그늘에 가려져 있더라고요.
비타민D 결핍은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문제입니다. 국내 성인 10명 중 7명이 비타민D 부족 상태라는 통계청 자료도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충분히 햇빛을 받는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양을 채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 단순히 피곤한 게 아니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우리 몸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업무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몇 가지 증상들이 겹쳐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만성 피로였습니다. 주말에 푹 쉬어도 월요일 아침이면 이미 지쳐 있는 느낌이랄까요. 오전 회의만 두세 개 하고 나면 몸이 무거워지고, 점심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커피를 하루에 서너 잔씩 마셔도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런 에너지 저하는 비타민D 결핍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는 뼈와 관절의 통증이었습니다. 특히 허리와 무릎 쪽이 자주 욱신거렸는데, 처음에는 운동 부족이나 잘못된 자세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족하면 뼈의 밀도(bone density)가 낮아지고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뼈 밀도란 뼈 속 미네랄이 얼마나 촘촘하게 차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수치가 낮으면 골다공증 위험이 커집니다.
그 외에도 주목해야 할 증상들이 있습니다.
- 감기나 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에 자주 걸리는 경우
- 근육통과 경련이 반복되는 경우
-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기분이 가라앉는 경우
- 상처가 생겼을 때 회복이 평소보다 느린 경우
-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경우
이런 증상들이 여러 개 겹쳐서 나타난다면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25-하이드록시 비타민D(25(OH)D) 농도를 측정하면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의학회). 여기서 25(OH)D란 혈액 속에서 비타민D가 변환된 형태로, 체내 비타민D 저장량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약으로만 해결하려다 놓친 것들
검진 후 의사 선생님이 비타민D 약을 처방해주셨고, 저는 약국에서 받은 고용량 비타민D 제제를 꾸준히 먹었습니다. 처음 몇 주는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피로감이 조금 덜해지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한결 수월해졌거든요.
그런데 약사님이 한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셨습니다.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이라서 몸속 지방 조직에 축적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수용성 비타민처럼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체내에 쌓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장기간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혈중 칼슘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고칼슘혈증(hypercalcemia)이 발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약사님이 권장하신 건 하루 1,000 IU 이하의 용량으로 시작하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으면서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것이었습니다. IU는 'International Unit'의 약자로 비타민의 생물학적 활성 정도를 나타내는 국제 단위입니다. 고용량 보충제를 무작정 먹는 것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적정량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약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비타민D를 자연스럽게 합성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저는 점심시간 산책을 30분으로 늘렸고, 주말에는 가능한 한 야외 활동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팔이나 다리 등 피부 일부를 햇빛에 직접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비타민D 합성이 시작되니까요.
음식으로 채우는 방법, 생각보다 까다롭다
비타민D를 음식으로만 충분히 섭취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비타민D가 자연적으로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품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기름진 생선입니다. 연어, 고등어, 참치, 정어리 같은 생선에는 비타민D가 풍부합니다. 저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생선 요리를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어 구이나 고등어조림 같은 메뉴를 자주 해먹었는데, 확실히 생선을 먹는 날은 컨디션이 조금 나은 것 같더라고요.
달걀 노른자도 좋은 공급원입니다. 하지만 노른자 하나에 들어 있는 비타민D 양은 그리 많지 않아서, 달걀만으로 하루 권장량을 채우려면 여러 개를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에 달걀 요리를 먹고, 다른 식품들과 함께 조합해서 섭취하려고 했습니다.
시중에는 비타민D가 강화된(fortified) 제품들도 많습니다. 여기서 '강화'란 원래 식품에 없거나 적은 영양소를 인위적으로 첨가한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제품들이 있습니다.
- 비타민D 강화 우유 및 두유
- 비타민D 첨가 시리얼
- 비타민D가 추가된 오렌지 주스
- 일부 요거트 제품
저는 아침마다 비타민D 강화 우유를 한 잔씩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시리얼도 비타민D가 첨가된 제품으로 바꿨고요.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차이가 생기더라고요.
버섯도 의외로 비타민D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외선에 노출된 버섯은 비타민D 함량이 높아집니다. 포토벨로 버섯이나 표고버섯을 햇빛에 몇 시간 말린 후 조리하면 비타민D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저는 주말에 시장에서 신선한 버섯을 사다가 볶음이나 스프에 넣어 먹었습니다.
다만 음식만으로 하루 권장량인 600~800 IU를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햇빛 노출, 식단 관리, 필요시 보충제 복용을 균형 있게 병행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비타민D 부족은 단순히 햇빛을 조금 덜 받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현대인의 생활 환경 자체가 비타민D 결핍을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이제 점심시간 산책을 빼먹지 않고, 주말에는 가능한 한 야외 활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식단에도 생선과 강화 유제품을 꾸준히 포함시키고, 3개월마다 혈액검사를 받아 수치를 확인합니다. 비타민D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확실히 피로감이 줄었고, 감기도 덜 걸리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만성 피로나 원인 모를 통증이 있다면 한 번쯤 비타민D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bswhealth.com/blog/7-signs-you-may-be-vitamin-d-deficient